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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가지고 돌아가.
“꽃 따위나 장식하고 말이야.”하고, 험담을 들을 뿐이야.
유즈루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 넌 나쁘지 않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나쁜 건 이 사람이니까. 그렇지?
유즈루
……. 아뇨……
병문안 따위 오고 싶지도 않았을 테고. 이제 됐으니까.
앞으로 몇 년, 몇십 년…… 언제 눈을 뜰지도 모르는 사람 따위 어서 잊고, 웃으며 살아.
유즈루
……
……못 들었니? 두 번 말하지 않을 거니까 이제 돌아가.
나는 어른스럽지 못하고 마음이 좁은, 부끄럼도 모르는 쓰레기니까. 너를 탓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한다.
그날부터 쭉, 그렇게 정해두었다.
유즈루
─영, 차.
(……응, 좋은 느낌.)
사각 프라이팬 바로 앞에 말아 놓은 달걀말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안쪽으로 미끄러뜨려 모양을 잡았다.
뒤돌아 밥솥 액정의 ‘앞으로 5분’ 표시를 확인한 뒤, 나는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유즈루
어제 받은 명란에 우메보시……. 그리고 분명 킨피라가 아직…… 여기 있다.
♪
비엔나는 몇 개를 구울까 생각하고 있자니 소파에 놓아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유즈루
(LIME…… 아까도 왔었구나. 몰랐어.)
『좋은 아침』
『유라, 일어났어?』
그룹 LIME 화면에는 마오의 메시지가 몇 분 간격으로 연달아 와 있었다.
그 아래에 하나 더, 말풍선이 늘어났다.
mA0: 자는 거네 이건
키세: 좋은 아침! 미안해, 폰 안 보고 있었어
키세: 유라기도 그냥 못 봤을 가능성은 없어?
mA0: 없어. 아침에 따로 “무리일지도”라고 왔으니까
키세: 그렇구나ㅋㅋ
mA0: 어쨌든 만나는 시간 30분 늦추고
mA0: 30분 이내에 반응 없으면 전화
mA0: 그것도 안 되면 미안하지만 전투적으로 초인종 누를 거야
유즈루
(아케호시도 카미야도, 집에 없을 시간이니까.)
이야기를 척척 진행해 주는 마오에게 양해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답장을 보내고, 이번에는 울리면 바로 알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두었다.
옷을 보고, 차를 마시고, 그다음에 고양이 카페.
특별할 것 없는, 평소와 같은 흐름이지만 3명이 함께 휴일을 보낼 수 있는 건 조금 오랜만이었다.
유즈루
(유라기,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네……)
♪
유즈루
(아, 말하자마자?)
하지만 도착한 것은 LIME이 아니라, 아이 씨가 보낸 챗터스였다.
유즈루
(아아. 어제 제출한 교제부 안건의……)
서류 내용을 확인하고 승인한 것.
일부 확인이 필요하지만 코우 군과 직접 이야기할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것.
『그러니까 오늘은 쉬어라.』
유즈루
(어제도 같은 당부를 듣고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또 걱정하고 계시는 거구나.)
간결하지만 아이 씨의 상냥함이 묻어난 문장은, “언제 대체휴무를 받을 것인지 어서 결정하도록.”이라는 용건으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유즈루
그렇구나. 지난주 휴일에 출근한 몫, 잊고 있었어.
탁상 달력을 들고 일정을 확인했다.
유즈루
(그러니까, 어머니 쪽은 기존 휴일에 갈 수 있으니까……)
……
‘다른 쪽 병원’에 가는 예정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수요일이나, 토요일.
지금 알고 있는 예정과 비교해 문제없을 것 같은 날을 하나 정해 아이 씨에게 서둘러 답장하자 바로 승낙한다는 취지의 답이 왔다.
유즈루
(……다음 주 수요일. 여느 때처럼 오후,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에.)
달력에 작게 표시했다. 텅 빈 위장이, 조금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다.
유즈루
─……아.
물방울이 똑 떨어진 기분이 들어, 문득 발을 멈췄다.
마오
내리기 시작했네.
유라기
……
그렇게 말하며 마오가 바로 접이식 우산을 쓰자 곧바로 유라기가 옆으로 살짝 들어갔다.
하나둘 우산을 펴기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가져온 우산을 펼쳤다.
유즈루
유라기, 우산 없어?
유라기
마오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마오
들어오는 건 괜찮지만, 기대지 마. 걷기 힘들어.
유라기
비, 싫어. 젖고, 안 젖어도 습하고, 축축하고…… 뭔가 쳐지고…… 아무것도 좋은 점 없어……
마오
진짜 고양이네.
유즈루
아하하.
유라기
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해?
마오
이만큼 인간이 있는데, 없진 않겠지.
유라기
마오는?
마오
어느 쪽도 아니지만, 뭐, 외출하는 날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네, 정도? 젖기 싫은 옷이나 신발을 고를 수 없게 되고……
단순하게, 걷기 힘들어지니까.
유즈루
……
……나쁜 짓이나, 심한 짓 따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안 했어.
초대받지 않은 집에 멋대로 눌러앉은 것도 아니고, 소중하게 간직한 것을 뒤진 것도 아니야.
그런데도…… 이 사람은, 이렇게 되어서까지, ‘자업자득’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야?
비가 와서, 부딪힌 곳이 좋지 않아서, 뭐, 운이 나빴네, 하고. 그걸로 끝?
─멋대로 혼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유라기
유즈루는.
유즈루
……글쎄,
나도 고르자면 맑은 쪽이 좋아.
유라기
……
유즈루
그보다 유라기, 괜찮다면 이쪽에 들어올래? 접이식 우산에 2명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조금 젖을 것 같아.
유라기
으응.
유라기
마오가 좋아?
유라기
유즈루 우산에 들어가면, 유즈루가 젖으니까.
유즈루
에?
유라기
내가 안 젖게 하려고 기울여서, 유즈루가 축축해져. 그러니까, 됐어.
유즈루
……. 안 그러지?
마오
아니. 누구 상대로도 그래.
그러니까 나도 유즈루 우산에는 들어가지 않고.
유즈루
에, 마오도? 고맙지만 뭔가 미안하게 느껴지네……. 전혀 신경 안 쓰니까 괜찮은데.
마오
유즈루가 신경 안 쓰니까 하는 말이야.
미안할 거 하나도 없으니까, 자기 우산은 제대로 자신이 젖지 않도록 쓰라는 뜻.
유즈루
……
마오
그런 말이지?
유라기
응. 맞아.
유즈루는, 따뜻하게 말라 있으면 좋겠어.
마오
빨래 같네.
유즈루
……아하하.
마오
뭐, 저녁에는 그친다고 하니까.
유라기
지금이 좋아.
마오
그러게.
유라기
유즈루. 지금이 좋아.
유즈루
지금인가.
마오
유라, 유즈루한테도 불가능한 일은 있어.
유라기
있어?
유즈루
잔뜩 있어.
마오
포기하고 똑바로 걸어.
유라기
우우─……
마오
칭얼거리지 마. 금방 도착하니까.
유즈루
아하하.
분명 왠지 모르게, 하지만 분명히, 유라기도 마오도 그 말 뒤에 다정한 것을 담고 있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답답하게 생각하면서,
빗소리가 울리는 우산 속에서, 천천히, 조용히 숨을 쉬었다.
유즈루
(할 수 없는 것, 뿐이야.)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한다.
그러니까 언젠가, 다시 한번 당신이 웃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어디에서도 사라져 버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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