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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우리는 계속 친구야!"

"고마워, 노노카.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계속 같이 있자...!"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의기투합한 나와 노노카. 언제나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시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은 대체 언제였더라. 지금, 내 곁에 노노카는 없다...

나, 이시이 안나는 도내의 여고에 다니는 고등학생. 중학교까지 남녀공학에 다녔던 나에게 여고에서의 생활은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안나, 슬슬 돌아가자~?"

친구가 나를 부르고 있다. 아, 곧 하교 시간이구나.

"미안, 이것만 제출하면 바로 갈 준비 할게!"

"알았어~ 우린 학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어!"

그렇다. 여고에는 여자 특유의 「동료 의식」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각자의 파벌이 그룹화되어서,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여고에 입학하고 1년 후. 2학년이 되어 반을 바꿀 때였다.

1학년 때에는 자유롭고 즐거웠다. 노노카라는 유일무이한 친구와의 만남, 최고로 즐거웠다. 하지만 2학년이 되고 노노카와는 다른 반이... 거기에서부터 나의 고교생활은 변했다. 새로운 반에서 처음 친해진 친구의 그룹과 행동하는 일이 늘어나서, 노노카와 보내는 시간이 단번에 줄어들어 버렸다. 그래도 노노카는 나와 만나고 싶다며 자주 찾아와 주었다.

하지만, 노노카의 그런 행동이 반대로 친구들을 자극해 버린 것일까. 다른 반에서 몇 번이고 나를 만나러 오는 노노카를「짜증 나」라고 하더니, 어느새인가 험담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쓴소리를 했다간 분명 나도「왕따」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게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지금은 노노카와도 소원해져 버렸다. 눈치를 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해서 한숨을 내쉬며 돌아갈 준비를 하고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

...하아, 하루하루가 정말로 재미없어.

나, 야마구치 노노카는 도내의 여고에 다니는 고등학생. 소중한 친구에게 배신당해 매일 혼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밖의 잡음을 듣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그리운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안나,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리다가 지쳤어."

"미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버렸어!"

안나...? 오랜만에 봤는데,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나 따위는 정말 어떻게 되든 좋았던 거지. 나는 안나의 말을 마지막까지 믿으려고 했는데...!! 눈앞에서 엇갈리는 안나의 그룹을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안나가 나의 시선을 눈치챘다.

"앗..."

안나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둘이서 보냈던 그때를 잠깐 떠올렸지만... 나를 배신한 안나를 용서할 수 없어...!! 어색한 듯 고개를 돌리는 안나에 맞서, 나도 관심 없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쳤다. 이젠 화해의 여지도 없다. 이제 그때의 우리들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네, 안나...

*

노노카와 눈이 마주쳤다. 

배신자인 나를 보는 노노카의 눈동자는, 어딘가 덧없이 상처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린 나를 무시하고 지나쳐 가는 노노카. 하지만, 친구들이 노노카를 곁눈으로 보자마자, 예의 「험담」이 시작되었다.

"쟤 진짜 짜증 나지~"

"그치~! 안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험담에 우울해진다... 하지만,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그렇지..."

결국, 나는 자신을 지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 노노카가 나를 배신자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 원인을 만든 것 바로 나 자신이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새하얀 세계에 서 있는 나의 눈앞에 놓인 하나의 관. 그 안에는 잠들어 있는「나」가 있다. 뭘까, 이 감정은. 소중한 친구와의 인연을 버리고 다른 친구들을 선택하고 만 자신에 대한 참회일까.

만약 관 속에서 잠들어 있는「나」가 눈을 뜬다면, 무언가 바뀌는 걸까.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과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면서도, 나는 이 이상한 세계에 매료되어 있었다.

다음 날, 드물게도 혼자서 하교하게 된 나는, 평소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이 길은 1년 전에 노노카와 함께 하교하던 길이다. 어쩌면 노노카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조금의 기대를 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있었어..."

우연인가, 필연인가. 반대쪽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노노카를 발견. 내가 먼저 말을 걸 용기는 없고, 말을 건다 해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노카를 바라보는 것뿐... 제발, 눈치채줘...!!

*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 아까부터 느껴지는 시선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문득 고개를 들자 그 앞에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안나의 모습이 있었다.

"안나..."

나는 안나가 밉다. 믿고 있었는데, 신뢰했는데, 그녀는 잔혹한 형태로 나를 배신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의 진심은...

"!!"

나를 바라보는 안나의 눈동자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굵은 눈물. 계속해서 넘쳐흐르는 안나의 눈물이 메마른 나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 간다.

...안나는... 정말 바보다. 아니, 진짜 바보 멍청이는 나일지도.

아,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일지도 몰라.

지금 솔직해지지 못한다면, 분명 우리들은 앞으로도 이대로다. 길 저편에서 꼼짝 못 하는 안나에게 미소를 지어 본다. 생각보다도 잘 웃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지만, 아무래도 안나에게는 전해진 모양이다.

*

노노카가 날 눈치챘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

다음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나의 등을 밀어주듯, 노노카가 조용히 미소짓는다. 그 슬픔이 담긴 미소를 본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사랑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담아서 외치며 달려, 힘껏 노노카를 껴안는다. 노노카의 마음을 상처입힌 과거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노노카도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지탱하듯 꼭 껴안고, 우리 둘은 계속해서 울었다. 망가져 가던 우정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노노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노노카와 다시 닿은 이날 밤, 나는 꿈속에서 하얀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관에서 잠들어 있던 또 하나의「나」가 천천히 일어나 나에게 말한다.

"당신의 소중한 친구를 다시는 놓지 마.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한다고 전해주렴..."

그렇게 전한「나」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앗...!!"

순식간에「나」가 빛에 휩싸여, 그대로 내 안으로 사라져간다. 지금까지 잊혀 가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에 흔들리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때부터 나와 노노카는, 지금까지 서로에게 하지 못한 말,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일들을 마음껏 이야기했다. "사랑해". 딱 한 마디로, 자신도 친구도 구할 수 있었던 이 말. 앞으로도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하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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